[2008.6.27.] 어제는 시집을 한권 샀는데

바람이 독점한 세상.
저 드센 바람 함대,
등 푸른 식인 상어떼.

반사적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
오늘 밤의 싸움은 팽팽하다.
나는 그것을 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추느니
이 유연한 팔과 다리,
평생토록 내 몸이
얼마나 잘
네 리듬에 길들여졌느냐.

-<고통의 춤>

최승자의 시어들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슬프지 않다.

죽음을 소망하기도 하고, 더러는 애원도 한다.

죽음은 부활과 맞닿아 있을수도, 더러는 아예 끝장일수도 있다.

그것은 작자도 우리도 모를 일.

하지만, 작자는 죽음을 소망하고 죽음으로 가는 고통의 과정또한

겸허하게 맞아들인다.

마치 고통에 익숙한 듯,

그러나 벌어진 틈새를 가격하면 더 큰 고통이 오듯

그것은 역시나 고통을 수반한다.

그럴수록 강인해지는 주체.

죽음과 맞닿으면서 용기를 얻는듯한 주체.

작자의 이야기는 결코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다.

죽음을 통해 끝내거나, 넘어서거나…

죽음을 베개곁에 두고 있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속으로 직접 들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그리고 춤을 추는 것이다.

그녀의 고통의 춤의 사위가

그리하여

감동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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