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문풍지와 나무재질을 파먹고 다니던 쥐가 드디어 잡혔다.
제법 큰 녀석.
이것을 우선 죽여서 버려야 할 텐데 하고
바퀴벌레 약을 마구 뿌려대니
끈끈이가 미끄러워져서 녀석이 도망치더 하더라
도망치기 직전인 녀석을 비닐봉지 몇겹을 싸고는
감히 도망치려 하다니 하고는
살짝 발을 대보았더니
꿈틀, 꿈틀 하는 느낌.
발 밑에서 요동치는 느낌.
그저 아무것도 아닌데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다고도 하던데
그런데
꿈틀꿈틀 요동치는 느낌
피가 튀었을지
어느 부위가 어떻게 이그러졌을지
혹은, 아무렇지 않게 비닐조차 갉아먹고 나올지 몰라
그저 마구마구 밟았다
너와 나는 공생할 수 없어
너와 나는 공생할 수 없어
하면서 마구마구 밟았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
녀석을
약으로 죽이나
밟아 죽이나
굶어 죽나
질식해서 죽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인데
어쩌면 밟는 그 순간의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피하기 위해서
그게 쥐에게 더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하며 약을 뿌려댈 것인가
결국은 죽여야 하는 것
녀석이 꿈틀꿈틀대는 느낌을 발밑으로 받아들인 것이
그래서 유쾌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 솔직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것을
밟기 직전 약 2초전에 내 스스로 떠올렸던 것 같다
그 순간, 뛰는 심장과 함께…
겨우 쥐 한마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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