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커먼 옷을 입고 있었는 데요.
햇볕이 너무 선명해서
온몸에 스며드는 온기가 포근했었는데요.
어디선가
끼이이익-
고개를 드니 바로 정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인것처럼
슬로우로
어떤 섬광의 팽창인것처럼
노란색이 파아악
하고 터졌어요.
노란색이 파아악!
사방으로 흩어지기가 무섭게
색이 없어지고
모든 것들이
소리없이 가만히
서로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꿈틀대던 것은
오직 머리를 감싸쥔 사람
바쁘던 일상들이
나뒹구는 귤 껍질을 피하지 못하고
뭉게뭉게 밟고 선
충격과 고통을 인도로 옮겼어요
나는
그저 얼이 빠져 달렸어요.
사람들이 둘레를 친 곳으로
서로 말을 걸고 있는 곳으로
뛰면서
햇빛을 가리는지
피흐름을 막으려는지
손목으로 눈두덩이를 가린 할머니는
내가 쫓아냈어요
정신 있으세요?
정신 있으세요!
네… 네…
내가 어느새
사람들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지?
라고 물을 것도 같더군요
나뒹구는 귤껍질, 줄줄 흐르는 농약통
광택 선명한 헬멧, 그 외 오토바이의 피붙이들
나이답지 않게 선명한 붉은 피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앰뷸런스가 왔어요
보험회사가 왔어요
지나가던 레카차가 섰어요
나는 조건반사인 것처럼
울컥 한 번 하고나서
등을 돌려 양 손을 한번 움켜쥐어봤어요
옷에 스며드는 포근한 깃을
섬뜩하다 생각해봤어요
쌩-쌩-
자동차의 행진을
한 발 앞에두고 안심하고 또 안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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