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6
힘들어지면 더 힘들어지면 이야기하자.
지금은 참을만 하니깐.
그러다가
그러다가
언제부터선지
이야기 해봐야 뭐하겠어.
더 나아지는 것도 없이
걱정이나 끼치는 것
염려나 끼치는 것
나쁜 것은 확산시키지 말고
내 안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라고
속에서 속에서 그것이 천천히 녹는다
아주 천천히
그 동안 괴로워도 그래도 그것이 녹긴 녹으니깐
이런게 인생이겠지
나는 아직 어리구나 하고
타이르면서
산다
-이것은 밖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여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편해지는 공간이지. 그런데 마음껏 점점 당돌해지고, 마음껏 점점 빠져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으면 게이지는 그야말로 FULL로 걷잡을 수 없을 듯이 치솟고 만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초소장 직원이 그렇게 나올줄은 몰랐다. 세상에나. 초소장에게서 받는 것이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그들은 군대의 공간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대라는 공간의 이유를 벗어난다. 그들이 바로 곧 사회의 일부인데, 그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렇다는 것. 그래서 더 분노스럽고 더 절망적이다. 자신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당연히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당연히 자신의 기분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마음, 하급자에게서 결코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권리. 이것 세상 그 어느 일반적인 조직체의 상관에게나 마찬가지일것만 같다. 범죄 이외의 것으로 복수할 수 없는 아랫사람의 윗사람에 대한 관계. 그런 조직체. 그 어떤 곳에서도 있지 않은가. 참 징그러운 세상이야.
물론 그가 경찰이기에, 군대공간에 살짝 발을 적시고 있기에 그것이 좀 더 강화되어 나타난 것은 맞을것이다. 그의 어떠한 불합리한 결정과 판단에 있어서도 반발할수 저항할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런 것은 세상 어느 공간이든지 있어서는 안될 구조인것 같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조직의 최대 목적을 위해서 봉사하는 도구일 뿐이다.
불편한 점 있으면 말을해라. 건의해라. 어쨌든 말을 해라. 하지만 자유로운 대화는 결코 불가능하다. 당신들의 속생각은 이미 다 눈에 읽힌다. 그래도 군인이니깐 시키는 대로 다 해라. 라는 그들의 제일 수세적이면서 공세적인 최후의 논리. 그러면 도대체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제 신분에 맞게 할 것 이라는 주제파악만 될 뿐
2006. 11.18
당신들의 대한민국02를 읽으면서 이 저자 대단한 사람 같다는 재영이의 말에 김영민은 훑어보더니만 이것 비주류 잖아 하고 만다. 뭐 비주류가 맞을수도 있겠고, 비주류라는 것이 더 착한것(?)일 수 있겠지만 그 어감이야 말로 기분 나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는 자들로 하여금 틀거리라는 것은 도대체 쉽게 바뀌려 하지 않는다. 세뇌된 것 그대로 살아가려 할 뿐. 의심하고 의심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것이 열릴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고 있기에 그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답답하다. 김영민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지금 주류에 있는가 그리고 주류에 편입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무엇보다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위치에 있는 것들… 수평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려다보기 속임수는 이제 너무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2006. 11.19
비오는 날 도서관엘 갔다. 다행히도 새로운 무기력증의 신화인 소장은 빨리 갔다오라고 단언해주었다. 임철우와 공지영과 박민규의 소설을 빌렸다. 진중권의 빨간 바이러스를 빌리려다가 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빨간 이라는 것과 바이러스가 이어져 있던 어감. 그 대신 선택된 것은 공지영. 오랫동안 찾았었는데 어딜 봐도 없던 것이 눈에 띠어 다행이었다. 박민규의 책은 재영이를 위한 것이다. 판타지를 기대한 그에게 이 책이 제발 끝까지라도 읽히기를. 원래는 나무나 모모 비슷한 류를 빌려오려고 생각했는데 소장이 빨리 갔다 오라고 한 것도 있고, 책 찾기도 귀찮아서 냉큼 집어버렸다. 책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기분이다. 그저 책에 빠져버려서 잡탕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말 도피공간으로 기능하는 해악이지만, 인생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속에서 읽는 책들은 수많은 경험과 공감과 용기까지 준다. 이 일시정지의 공간에서 어떻게든 책을 읽어나가자. 그래서 다시 재생되기 시작할 때, 용기있게 과감하게 나서보자.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도 있겠지.
2006. 11. 20
내가 즐겨이 찾는 공간. 삼양검문소에서 약 3킬로 떨어진 조천초등학교. 학교 정문 대신 돌하르방을 놓고, 담은 낮은 돌담으로 되어 나도 부담없이 가 운동장 변두리에 앉아있다 오곤 한다. 원색계통의 옷들을 입은 아이들은 언제나 색을 그대로 두질 않고 뛰어다닌다. 바래고, 흙무더기 묻히고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기억들… 좋은 기억들이 많기도 많은데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들 중 몇가지는 불쾌한 것도 있다는 것에 흠칫 놀라곤 한다.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새삼스러워지고, 지금은 초등학교 수업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증이 돋기도 한다.
6학년 때 담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지.
아이들을 두고 왜 넌 누추한 옷만 입고 다니냐고 주눅을 주기도 한 그 선생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달에 한 번꼴 정도 있었던 그녀의 분풀이성 주문이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섬뜩한지 생생하게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모두 눈을 감게 시키고는
너희들은 화장실의 똥에 붙어사는 똥벌레야. 아니 똥벌레만도 못한 존재야. 구더기보다 못한 존재야라고라고
거듭해서 그 선생님은 말하였다. 그렇게 명상 아닌 명상을 시키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소풍등을 갈때 선생님을 너무 천시하여서 음료수 하나 갔다주던 아이가 없었다는 것, 선생님들끼리 다과회를 하는데 대우가 이것이 뭐냐는 것. 대우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말했던 어조, 억양이 지금까지도 또렷히 떠오른다. 똥벌레 똥벌레… 스타카토 붙인 억양 그대로 떠오르고 그 때 감은 눈 안에서 윙윙거리던 벌레들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참… 그런 선생님도 있었고, 지금도 선생일을 하고 있겠지..
지금 이미 난 23살. 이제 24살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도 그 선생님이 그렇게 세뇌시켰던 똥벌레라는 이미지(똥벌레 자체가 나쁜 성질을 지닌 것은 아니겠지만)보단 낫게 큰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다…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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