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앞에 스타렉스와 관리주임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들 뜬 우리 일행은 스타렉스에 타자마자 서로를 그리고 창 밖 풍경을 찍어주곤 했다. 어제는 도착 직 후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은 다들 타슈켄트의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해주겠다는 듯 카메라를 두 손안에 꼭 쥐고들 있었다.
첫 일정은 그랜드 미르 호텔의 환전소. 당장 오늘 내일부터 장을 보고, 생활을 해내려면 현지 화폐 “숨” 이 필요했기 때문. 공식환율은 약 1,400숨. 우즈벡은 공식환율과 시장환율의 차이가 꽤 있어 이 때 시장환율은 아마도 2,200숨 정도 되지 않으려나 싶다. 온 지 하루밖에 안 된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환전을 할 수도 없으니 다들 100달러, 200달러씩을 내밀었다.


우즈벡의 제일 높은 화폐단위가 1,000숨(우리돈으로 약 500원)짜리니 공식환율 1,400숨으로 하더라도 뭉칫돈이었다. 다들 한 장짜리 100달러를 내밀었을 뿐인데 뭉치가 돼서 돌아오니 뭔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잠깐 위치를 확인할 겸 코이카 사무소와 유숙소를 들리고는 우리의 첫 현지식을 경험하는 기념비적 식당 “나비 하우스”에 갔다. 꽤 넓은 공간과 좌석을 갖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니 꽤 유명한 장소인가보다, 했다.
말로만 듣던 “리뾰쉬까”, “샤슬릭”, “솜사”, “라그몬” 등이 코스처럼 연달아 나왔다. 먹어본 것들 대부분이 다들 입맛에 맞고 괜찮았다. 그런데 다들 그리 많이는 못 먹었는데 이유인 즉슨 음식마다 기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하 그런데 이건 우즈벡 음식의 서막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우즈벡 음식 중 기름지지 않은 것은 찾기 힘들 정도다)
식사 후에는 가스삐탈리 시장으로 향했다. 몇몇 우즈벡 영상에서 보았던 것처럼 대형 스타디움처럼 생긴 지붕 아래 각종 가판이 자리하고 있었다. 야외에 있는 것은 대부분 채소류였는데 아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채소보다는 옷걸이, 바디샤워 등등의 생필품이었기 때문에 스타디움(?) 가장자리에 위치 한 상점에 가서 옷걸이 등을 간단하게 구입했다. 물론 아직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우리들이었기 때문에 현지합숙훈련 코디를 맡은 오이벡군이 도와주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시장을 나서자 익숙한 한글로 된 간판들이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일명 ‘한국마가진 거리’ 랄까. 들어가보니 라면, 고추장, 된장, 커피, 슬리퍼 등등의 물품들이 가지런히 정열되어 있었다. 온 지 얼마 안 되서 한국음식이나 물품 등이 그리운 지는 모르겠고, 있을 것은 다 있구나 기억만 해두고 지나쳤다.
그리고 줌 백화점. 각종 물품이 종류별도 다 있었는데 오이벡군 말에 의하면 가격이 시장에 비해 비싸서 자신을 비롯한 현지 친구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현지에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훑는 정도로 지나치는데 인상적인 것은 한국처럼 백화점이어서 고급 물품만 진열된 게 아니라, 플라스틱 세수대야 같은 것들도 굉장히 많았다는 것. 플라스틱 세수대야 옆에 고급 메이커 향수가 진열되어 있는 게 좀 이질적이다, 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어찌보면 필요 할만한 물품들이 차별없이(?) 놓여 있어 실용적이기도 한 것 같다.
백화점 앞 나보이 극장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조금 걸으니 바로 브로드웨이 거리가 나타났다. 듣던대로 리바이스, 베네통, 망고 등등의 의류브랜드가 있었고, 한국에서 보세의류를 수입해 온다는 옷 가게도 있었다. 벌써 해가 좀 떨어져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기온도 뚝 떨어져 있었다. 시간대가 조금 늦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브로드웨이 거리는 이름에 별로 맞지 않게 거리가 너무 한산했다. 각 옷가게에도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우리 일행도 춥기도 하고, 오늘 하루 너무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해서 옷가게마다 들어가지는 않고 산책하듯 지나쳐서 아무르 티무르 광장으로 향했다.


조금 신기했던 것은 숨 백화점, 브로드웨이 거리, 아무르티무르 광장까지 전부 걸어서 10분 내외 거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보니, 여기가 우즈벡 및 타쉬켄트의 제일 중심가인가 보다, 했다. 아무르 티무르 광장은 아무르 티무르 동상을 기준으로 둥그런 로터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조금 기이하다 싶은 “우즈베키스탄 호텔” 이 있었고 각종 양식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의 이순신 동상 정도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나 보다 하고는, 역시나 단체사진을 몇 장 찍었다.
각 장소에 대한 감상들을 다 쓰기에는 너무 많은 곳을 둘러봤던 하루였고, 각 장소에서 머물렀던 시간도 길지 않았다. 그야말로 뭐가 어디에 있고,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훑어보는 하루라고나 할까. 그냥 전체적인 인상이라 하면, 길이든 건물이든 시장 돔이든 간에 다들 건물들이 좀 크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 건물들이 다들 꽉꽉 들어차있지가 않고 널럴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그런 느낌이 더욱 강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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