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병화 농장
농장이다… 농장이라니깐… 어떤 농장일까, 포도농장? 왠지 포도농장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포도를 재배하다가 대성공을 해서, 창고 한 가득 오크통도 두고, 그걸로 와인도 만들고 와인 라벨에는 “김병화” 라는 글씨도 보기좋게 박아주고, 그러다 보니 명성이 날이 갈수록 늘어서 이렇게 우즈벡 오는 한국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 ‘김병화’ 라는 사람은 지금 살아있는 것일까? 살아있어도 지금은 너무 높은 사람이 돼서 못 만나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저런 잡생각이 스쳐가는 가운데 스타렉스는 점점 시골로 들어갔다.
농장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면서 수확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란 기대와는 반대로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병화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았을 뿐이었다. 박물관 관리인은 박물관을 평소에는 잠궈 두다가 예약을 하면 박물관 내부를 보여주고 설명을 해 주는 형태로 운영을 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 주변에는 집 몇채만 있는 시골이었다. 고려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설명을 해 주셨는데, 특유의 고려인 억양과 단어가 있긴 했지만 매우 유창하신 편이어서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설명으로 들었던 김병화 씨란 그러니까 소련 시대에 이 곳에서 농장경영을 너무 잘 하셔가지고 무공 훈장을 몇 번이나 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농장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었고, 그 후로 몇 대나 더 이어서 농장경영을 잘 했던 농장주들이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도에 무엇무엇이 있고 등에 관해서는 그리 큰 집중이 안돼었던 게 사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도 있었나보다. 나는 농장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농장 근처의 풍경들이었다. 완전 시골 풍경이었는데 도로를 거니는 당나귀와 염소가 유독 많았고 아이들이 한가롭게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몇 마디 말이라도 걸라치면 눈을 똥글똥글하게 뜨고 배시시 웃으면서 즐거워하고, 카메라라도 늘이댈라 치면 또 난리법석이다. 자기를 찍어 달라고, 자기를 찍어 달라고들 말이다. (사실, 이것도 우즈벡에서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서막에 불과하다할까. 정말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 우즈벡 사람들!)
이런 시골에 “김병화 박물관” 이란 한글로 된 박물관이 있다는 것도 나름 신기하기도 했고, 주변 아이들과 즐겁게 사진도 찍어오고 한 산뜻한 산책같은 시간이었다.
* 세종한글학교
우즈벡 타쉬켄트에는 각 대학교 한국어 학과나 코이카 단원들이 주최하는 방과 후 수업 외에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관들이 2개나 있다. 그만큼 우즈벡에 한국어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 그 중 하나는 세종한글학교로 지금 교장님께서 지금까지 꾸준히 한국어 교육을 해오시는 곳이고, 하나는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교육원이다. 우리도 유관기관 방문 일정으로 하여 두 기관을 모두 방문해 볼 수 있었다.
먼저 가나다 순으로 해서 세종한글학교.
세종한글학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스삐탈리 시장의 한국마가진 거리에서 세차장처럼 생긴 곳이 한 곳 있는데, 그 곳에서 조금 들어가 “오아시스” 식당을 지나면 바로 있던 것.
대문을 열면 먼저 너른 마당이 먼저 반겼다. 나지막하면서도 깨끗한 건물들이 잘 가꾸어진 모습으로 있었다. 3-4개의 교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교구 자재도 모두 깨끗하고, 벽면에는 아기자기 하게 한국 지도나 한국 사진 등이 붙어있는 왠지 모를 아늑한 느낌. 세종한글학교를 세우기부터 지금에까지 이르는 교장 선생님의 여러 일화를 들으니 느낌이 또 사뭇 달랐다. 아무것도 없는 빈 터부터 시작해서 현재 증축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대해, 그리고 교육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신 것 같았다. 일면 한국어 단원들의 얼굴에 약간의 결의(?)가 스쳐 지나간 것도? 아,,, 아닌가? 나 한국어 단원 아니라고 막 지껄임? ㅋㅋㅋ
*한국교육원
한국교육원은 교과부의 지원을 받는 곳이어서 그런지 규모부터가 달랐다. 널따란 정문, 그리고 대략 4-5층 되는 건물. 우즈벡의 학교들이 다들 그리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조금 과장해서 거의 일반 고등학교 정도의 크기를 지녔다. 시설도 좋은 편이어서 한국어 교실은 물론 도서관, 박물관, 강당까지 갖추고 있었다. 한국교육원은 코이카 한국어 단원이 파견되는 곳이기도 했다. 거기서 여러 행정처리 및 한국어 수업을 담당한다고 들었다. 한국교육원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우즈벡 학생들에게 있어서 제일 장점은 한국어 수업 수강료가 무료라는 것.
사실, 우리는 현지합숙훈련 일정 중에 견학만 간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영이나 그 내부 사정은 모를 수밖에 없다. 위의 일정들은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이런 유관기관들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서로 얼굴을 트고 향 후 활동하는 데 있어서 관심이 있으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는 그런 기회제공의 차원이랄까. 사실, 우즈벡에는 유학생 및 사업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어서, 지나가다 한국 사람을 만나도 그냥 본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사실 고려인들도 꽤 있어서 정말 한국 사람인지 구별하기 쉬운 것도 아니고. 암튼 일부로 찾아가기는 힘든 곳인데, 현지합숙훈련 일정 중에 있어서 인사 한 번은 잘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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