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풍

보통 전 기수까지는 침간산을 많이들 갔다고 했는데 우리 기수는 특별히(?) 훔손산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날씨도 서서히 풀려갈 즈음이어서 그랬는지 계곡과 산이 어우러진 곳이라 했다. 나름 소풍이라고 다들 들 뜬 마음에 차에 탔다. 선배단원들이 우리를 위해서 도시락도 싸 오셨더라.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차 안에서 다 먹어 주시고, 출발!
완전히 도시 외곽이었다. 관리주임님 말로는 저 산 한 두 개만 넘어가면 카자흐스탄이란다. 그래도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산들이 전부 민둥산이었다. 모조리 붉은색 흙 투성이에 정말 간간이 말라버린 나무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식사장소 옆에는 시냇물도 흐르고 나름 배산임수(?) 비스무레한 곳에 자리를 폈다. 삼겹살을 구워먹고, 컵라면도 끓여먹고 베드민턴도 좀 치고 무리들을 지어 이곳 저곳으로 산책을 다니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민둥산일까 하면서 산 귀퉁이 여기저기를 다녀보기도 하고, 길 거리에 풀어져 있는 당나귀들이랑 사진도 찍고, 계곡에 다가가서 시원한 물소리 들어보기도 했다. 관광지 같은 분위기는 없고, 그냥 한적한 시골이었다. 그래서 좋았다면 좋았지만, 조금 더 그럴듯한 경치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건 아니었다.
* 볼링장

▲ Yulduz Bowling
우즈벡 타쉬켄트는 볼링장이 2개 정도 있다. 그리고 안디잔, 페르가나, 카르쉬 등등 각 도시별로 꼭 하나씩은 있는 걸로 보아 볼링이 그리 생소한 스포츠는 아닌 것 같다. 국내합숙훈련 일정 중에 볼링이 있긴 있었지만, 호기심을 못 참고 우리끼리 한 번 갔다온 적도 있었고 몇몇이 볼링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었다. 아무튼 볼링. 그런데 유독 타쉬켄트에 있는 볼링장은 우리나라 볼링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랄까. 조명을 시커멓게 해두고 레이저 광선을 쏴대고, 클럽 음악 같은 것을 시끄럽게 틀고, 사람들은 콜라 혹은 맥주와 함께 볼링을 즐긴다. 그리고 때로는 볼링장에 무희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 약간의 퍼포먼스 공연을 하기도 한다.
우즈벡의 볼링은 마치 스포츠이기보다 그냥 ‘레저’ 혹은 ‘놀이’에 가깝다는 인상이었다. 왜냐면 사람들이 볼을 너무 대충 굴린다. 우리나라 볼링장에서 꼭 한명씩은 있지 않는가. 손 교정기 같은 것을 끼우고 훅볼, 스핀볼을 마구 날리시면서 200에서 300점 사이 점수대를 내시는 분들. 우즈벡 볼링장에서 그런 분은 찾아보기가 힘들 것 같다. 우선 조명이 너무 어둡고 산만해서 핀과 바닥 안내선이 잘 보이지 않을때도 더러 있다.
암튼 그 볼링장도 공동체 활동으로 잡혀 있었고 우리들도 다른 라인도 점수대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는 달리(?) 자신감 넘치게 볼을 굴려 댔다지?
* 우즈벡 전통 민속춤

몇몇 지방의 역동적인 춤을 제외하고 우즈벡 전통춤을 묘사하자면 섬세하고 양식적인 손 동작이 특징이다. 우리의 합숙 초기 3.8 여성의 날이라 하여 콘서트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흥이 나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흥이 나면 얼쑤, 얼쑤 어깨춤을 추거나 자동차 핸들을 돌려주시는 것과는 달리 여기 춤은 손목을 휘휘 돌리면서 앞뒤로 왔다갔다 하시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찌보면 매우 격식있게 추는 것도 같고, 또 어찌보면 귀여워 보인다. 특히 손을 휘휘- 두르면서 짓는 해맑은 표정. 그것 때문에.
아무튼 그 민속춤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날 몸이 너무 안 좋아서(전날 과…욱!) 힘들긴 힘들었다. 스텝부터해서 그 섬세한 손동작 그리고 역동적인 안디잔 춤까지 정말 맛만 봤다고나 할까. 그런데 따라하려니깐 정말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냥 휘휘 돌리는 줄만 알았던 손목은 나름 규칙이, 양식이 있는 것이었고 모든 모션들에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배우다보니, 아니 춤을 대충 흥에 겨운대로 추면 되지 뭘 이렇게나 외울게 많아 하면서 조금 회의가 들 정도랄까?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이 배정돼 있었고 배워와 할 것은 너무나도 많아서 기억력 나쁜 내 머릿속에 남은 건 별로 없다는 게 아쉽지만 시간이 조금 넉넉하였고, 그날 내 체력만 좀 좋았더라면 더욱 남은 게 많았을 만한 시간이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