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업] 승인이 나기까지…

예전이라 해도 이미 컴퓨터실로 가꾸어져 있는 공간에 현장사업을 하려니 일이 훨씬 수월해진 것 같다. 전기 배선공사가 이미 다 되어 있기 때문. 교실 구조를 조금 바꾸어볼까 생각해보았지만 교실공간이 비좁아서 그건 여의치가 않았다.

대충 현장사업을 한다 치면… 우선 내 머릿속에 바꾸어야 할 것들로

  • 컴퓨터 구매
  • 책상과 의자 교체
  • 에어컨, 빔프로젝터, 캠코더 구매
  • 창문 가림막 설치

등이 구상됐다. 현장사업을 진행하기 전이라해도 컴퓨터 정규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공사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교실 기반 공사는 최소로 해야겠다 싶었다. 암튼 구상은 이미 됐지만 우선 기다려야 했다. 여름방학이 되서 수업이 없는 절호의 기간이 생겼는데도 기다려야 했던 이유는…?

바로 단원입국 6개월 이후부터 현장사업이 가능하다는 규정때문이었다. 사실 이 규정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면서도, 완화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입국하고 6개월이 지나는 시점이 딱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강하는 시점이었던 것. 그 규정이 없었다면 여름방학동안에 현장사업을 해놓고, 새 학기 시작을 새 교실에서 할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개강한 후 수 학기중에 현장사업을 진행하려 하니, 수업일정이랑 충돌하지 않게 하려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했다. 뭐 결론적으로 대규모 공사가 없긴 없었고, 수업이 특정 요일에 몰려 있던 바람에 일주일 정도만 문제생기고 그 외에는 큰 문제가 없긴 없었지만 말이다.

암튼 입국 6개월을 조금 앞 둔 시점에 사무소 측에 현장사업에 관련된 간략한 기획서 같은 것을 들고 간 적 있었다. 구두로 이야기한 것 외에 서류 형태로 제출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당시 결과는? 현장사업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왜냐하면 어떤 선배단원에게 전자기기의 경우 한국에서 구입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제출하였고, 첫 제출인지라 어느 정도 조율할 것을 예상하고 견적사항을 조금 높게 잡아둔 탓이었다.

나름 절망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에 정식으로 현장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서 올려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업 타당성과 견적사항을 종합해서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로만 듣던 현장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게 됐으며, 견적사항은 현지구입분을 늘리고 조금 낮추었다.

현지합숙훈련때 현장사업 계획서 작성하는 게 정말 ‘미치도록 힘들었다’ 라는 선배단원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지레 겁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작성해보니 여러가지 써 넣어야 할 것도 많고, 말을 이리저리 돌려서 써야 할 것도 많았지만 정말 ‘미치도록 힘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이지 ‘적절성, 효과성, 영향력, 효율성, 지속가능성’ 의 구분선이 쉽게 그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쓰려고 하니깐 써지긴 써졌다. ^^;;;

오히려 계속 고민이 되었던 것은 어떤 제품을 어디서 구매하느냐 하는 예산항목들이었다. 우즈벡에서 어떤 전자제품을 파는지 미리 알아보기가 쉽지가 않았던 것. 그리고 코이카에서만 전부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측으로부터도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항들을 학교측으로부터 제공받으면 좋을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등등의 것들.

최종 현장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오랜시간이 걸렸던 것은 결국 학교측의 요청서를 받아내는 일이었다. 그 요청서에는 단순히 요청합니다! 의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이런 이유로 요청하는데, 사업이 시행되면 학교측은 이런이런 물품을 언제까지 제공할 것이다 하는 일종의 약속도 집어넣야만 했다. 그래서 학교와 약속 문구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거이거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가능하겠느냐 라고 물어보면 나와 주로 소통하던 언어학부장은 우선 자신은 권한이 없으니 모르겠고 부총장과 이야기 해보고 일주일 정도 후에 답변을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한 이주 정도가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래 문구를 정했다 싶으면 또 서류 승인 과정이 복잡해서 또 이주 정도가 흘렀다.

그래서 학기 시작과 함께 현장사업 승인서를 받아내려고 했건만, 예정보다 한달 반 정도가 더 늦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아무튼 승인이 나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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