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학기] 겨울방학 전 마지막 수업 (2011.12.26)

uzb_com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이틀밖에 안 남은지라, 다른 선생님들한테 들으니 이럴 때는 학생들이 거의 지방에 내려가버려서 안나온다고들 한다. 저번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미리 다음 주에는 고향에 가기 때문에 수업에 못온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별 기대는 안하기로 했다.

사실, 학생들이 한명도 안 올 것 같아서 새로운 주제의 수업 준비는 하지 않았다. 그냥 예제를 만들어 놓고, 예제 만들기 실습을 시킬 예정이었다. 그리고 한두명만 온다면 프로그램에 대해서 질문을 조금 받고, 수업을 일찍 끝낼 계획이었다. 바로 다음 시간이 시험이기도 해서 학생들이 많이 안 나온 상태에서 새로운 주제를 다룰 수는 없었기 때문.

포토샵 수업에는 5명이 왔다. 전에 같이 배웠던 효고들을 써서 예제를 만들어 보여줬다. 많은 효과를 주진 않았는데, 하나 까다로운 효과 중 하나는 텍스트를 써놓고, 이미지와 그룹화해서 이미지를 텍스트 영역에 비치게 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직접 찾아보게 할 생각이었는데, 과정이 너무 막혀있어서 막힌 부분들을 풀어주고, 먼저 안 학생이 다른 학생한테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 그래도 거의 안올 줄 알았는데 5명이나 오고, 시키는 예제도 곧잘 따라하다니 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학생들이 사진도 찍자고 하고, 어떤 학생은 선물이라며 자기 먹으려고 산 것 같은 스니커즈를 나한테 준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학생은 페이스북에서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갑자기 꺼낸다 페이스북에 친구가 굉장히 많더라는 것이다. 어? 나는 100명 정도밖에 안되는데, 나 아닌 것 같다고 하니, 내 이름을 말한다. 헉. 하는 순간이었다. 왜냐면 학생들은 내 우즈벡 이름을 알고, 그것만 불러와서 실제 한국이름은 거의 모르고 있었는 줄 알았다. 나 맞다고 하니, 친구신청을 해도 되냐고 묻는다. 뭐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내가 쓰는은 한국어라소 모를테지만, 이제 사진관리는 좀 해야겠군 싶었다. ㅋㅋ

엑셀 수업반은 전에 모두들 다음 시간에 안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학생들이고, 뺀질이들도 많은 반이라서 정말 아무도 안올 줄 알았다. 그런데 무려 7명이나 왔다. 좀 당황한 게 사실. 학생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서 뭘 해야되나 싶었다. 그래도 엑셀 복습을 좀 할까 싶었는데 온 학생들이 수업하지 말자고 앙탈을 부린다. 이미 새해연휴인데 무슨 수업이냐며 자꾸만 그래서 그럼 무얼 하고 싶냐고 물으니 영화나 보자고 한다. 그래서 딱히 뭔가 따라하라고 해도 잘 따라할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여서 영화를 틀어줬다. 내가 우즈벡어를 공부한답시고 갖고 있던 우즈벡 영화를 하나 틀어줬다. 개인적으로 나도 한두번 본 영화였는데, 학생들이랑 같이 보니깐 웃음 포인트가 여기구나 하면서 새삼스럽기도 하다. 일전에 우즈벡어 자막이 있던 한국영화 “말아톤”을 틀어줬을때는 생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더니만 우즈벡 영화여서 그런지 나름 반응이 좋았다. 수업이 끝났을 때도, 끝까지 보자며 또 앙탈을 부리는 것. 근데 남은 분량이 너무 길어서 그냥 다들 집에 보냈다.

드디어, 이렇게 해서 한 학기가 수업이 끝났다. 다음 기말고사만 치면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겨울방학 동안 배웠던 것을 거의 까먹을 것 같아 성적이 좋을 것 같지는 않고, 이제까지 봤던 시험성적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데 또 어떻게 시험문제를 내며 최종 평가점수는 어떻게 책정해야하나 걱정이다. 뭐 그래도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사실 더 큰 걱정은 다가오는 새학기의 정규수업들. 근데 그건 또 학부관계자와 조율이 필요하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