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보면서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것과, 배우에 이입할 수 있냐없냐는 다른 문제구나
그리고 영화가 현 시대에 던지는 시사점이 유효한 것과, 좋은 작품인 것은 다른 문제구나 – 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이입이 잘 안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왜 이입이 잘 안될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관계설정이 파편처럼 뜯겨나가 자기 생존을 위한다는 것으로 해놓았는데
인물들에게 비겁함이 없다는 생각을 좀 했다.
중간에 무슨 약 하는 애가 배신같은 것을 좀 하지만, 뭐랄까. 배신을 위한 배신처럼 느껴졌다.
배신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막다른 길에서 하는 배신이기 보다는, 극적 긴장감 조성을 위한 배신?! 배신 하지 않아도 별 무방한 상태에서 해버리는 배신 같은 거여서 그렇게 느겼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외 인물은 시궁창 같은 현실속에서 원래 해왔던 것이 모든 행동을 기능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좀 비관적인지는 몰라도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 – 엄청난 불신과 자기 배신을 거듭해야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별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기능적으로 등장하면서- 그저 극의 마무리로 흘러흘러가다가 힘 없이 죽어가는 느낌.
가족이 왜 이 모양 이 꼴이야?! 라는 문제의식에는 동감하지만
캐릭터에 이입이 잘 되지 않기에- 문제의식이 조금 겉도는 느낌이다.
그리고 왜 꼭 차이나타운 인지도 잘 모르겠다.
거의 정전에 반열에 들어버린 동명 미국영화 차이나타운과 같이 두고 생각해도 잘 모르겠고-
한국 내 차이나타운이 갖는 어떤- 특유의 공간감같은 것도 영화 안에서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
가족의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외부공간을 많이 배제하려 든 것 같긴 하지만 – 그 내부공간이 차이나타운 안에 있는 느낌도 잘 들질 않는다.
그리고 김혜수씨는 한국 내에서 독보적인 여배우이지만-
맨날 같은 버전의 연기를 뉘앙스만 조금씩 바꿔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예상했던 딱, 그 연기를 보여주고 마는 느낌.
이건 극 중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김고은씨는 정말 훌륭한 신인인듯- 칭찬 받을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 듯, 연기가 훌륭한 것과 이입할 수 있냐 없냐는 별개의 문제.
시사적인 문제의식과 좋은 연기자들로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제대로 챙긴게 별로 없는 영화라는 게 내 개인적인 평가.
내가 보기에는 이 영화의 레퍼런스를 현실이 아닌
다른 비슷한 영화들에서 찾는 나태함이 이 영화가 맹점을 지니게 될 수밖에 없었던 듯.
그래서- 비려야 할 영화가 비리지가 않고- 무색무취무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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