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겨울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하천옆길을 지나면서였다. 좀 춥긴 한데 그 기세가 확실히 다르구나, 라고 생각했다. 욕하면서 가던 길을 수월하게 갔다. 2026년의 여름은 또 새롭게 아련할테인데, 그걸 어떻게 채우게 될까, 계속 뭔가에 쫓기는 것만 같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는 퇴근 후의 시간이 무용하게 지나버린다고 생각한 지가 꽤 됐다. 염색을 하면서 갑자기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근래에 계속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 고질적인 곳, 보이는 때만 하얘지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내버려둬 버리면 더이상 뭔가를 지켜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큰솔과 작은솔을 번갈아가서면서 문질러대다보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고, 놀랍게도 이건 깊은 어딘가에서부터 끌어오르는 악취야, 라고 생각했던 그 비린냄새가 꽤 많이 없어졌다. 심연처럼 어두운 세탁기 밑까지 건드리지는 못하더라도, 자자-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지 말고 살아내면 구리게만 살게 되지 않을거야. 생각보다 꽤 보람차구나. 하면서 그는 괜시리 들떴다. 집중해서 보지 못했던 인디아송의 몇 부분이라도 조금 틀어볼까, 했던 구상은 지켜내지 못했지만 큰 좌절을 주진 않았다.

며칠전부터 감돌던 조바심과 질투심의 원인은 근래 글을쓰지 못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자꾸만 그의 삶을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결국 미련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단순한 것들. 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 라고만 푸념짓는 것들.어찌보면 지난 시간들속에 운이 좋았던 것도 꽤 많았건만 그런 것은 모두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렸기에 마음 속 한만 깊어지는구나, 라고 그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작은 것들에 조바심일 날 때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거대한 것들을 생각해버리면 된다. 우주라 할지, 죽음충동이랄지. 그러면 비리고 비린 일상의 텃텃함을 빗겨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망상과 제멋대로의 관념으로부터 찰라이겠지만, 벗어날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위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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