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제 페니키아 스킴을 예매했다. 오늘의 계획을 세우길 이른 점심을 먹고 외출을 해서 스타벅스에 가서 쿠폰으로 음료를 주문할 것. 그리고 페니키아 스킴을 봤다가 24시간 카페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틀어졌던 것이 일어나는 시각이 너무 늦어버렸다. 늦은 점심으로 시리얼로 먹고 나니,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따위로 시간을 때우다가 예매해둔 페니키아 스킴을 보러 갔다.
그는 페니키아 스킴의 포스터에 등장한 베니시오 델 토로의 매력에 휘말려 있었다. 베니시오는 그 자체로 너무 웨스 앤더스적이지 않나? 어쩔 수가 없지. 보러 가야지, 뭐. 라고 기쁜 마음에 보러 간건데 생각보다는 좀 어려워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중간에 약 3-4분 정도 졸기까지 했다. 줄거리 전개에 크게 관여하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에 따라가기 보다 이런 생각을 좀 했다. 웨스 앤더슨은 꼭 유럽인인척 하는 미국사람 같다. 그가 동경하는 어떤 양식의 매혹이 있는데 그가 이런 양식을 매우 키치하고 자유롭고. 꼭 속박당한 사람처럼 쓸 수 있는 것은 웨스 앤더슨이 유럽인’인척 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닐까. 이 포지션은 유럽인 그 자신이 취할 수도, 일본인이 취할 수도, 오로지 미국인이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인것 처럼 보인다. 적어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다 보면. 웨스 앤더슨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렇기에 이 키치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름값높은 초일류 배우들을 마음껏 활용하며서. 그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조금 허무해졌다. 평을 보니 웨스 앤더슨의 전작의 양식과 흡사하다고 했건만, 그는 아직 페니키아 스킴의 본류에 해당하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본 게 없었다. 근작들만 손이 가는대로 찾아봤을 뿐이기에 그 맥락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는 쿠폰을 써서 버거킹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카페로 향했다.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세서 자전거가 잘 안나가는 줄 알았건만 그걸 넘어섰다. 형편없는 자전거였다. 그는 카페에 도착할 때쯤에는 헥헥 숨을 가쁘게 몰아 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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