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편

그는 극장에 들어설 때부터 이거 심상치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불길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꽤나 취소 티켓을 구히가 위해 애쓰던 영화인데 허무하게 자면 안돼지. 그는 폰으로 잠 깨는 지압법 따위를 검색했다. 관자놀이 압박, 손가락 사이 압박, 귓볼 당기기가 나왔다. 영화는 첫 컷부터 멋있었다. 와 기차와 정면으로 서있었도 꿀리지 않는 주인공의 표정. 그리고 음악까지. 명작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씬부터 몽롱해지기 시작했고, 지압법을 동원하고, 물을 마시고 했지만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자, 이제 상쾌하지? 이제 잠이 깼으니깐 이제부터 제대로 보는거야? 앞에 못봤던 부분들은 집에서 보충하면 돼. 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약 4번 정도. 그 4번도 이후에 다시 잠들었기에 도르마무처럼 계속 반복했던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것이 컷이 바뀔때마다 해당 컷들은 필사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가 집에가서 약간 소름돋았던 것이 그것이었는데, 그가 보지 않은 미지의 컷은 없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컷의 바뀜을 인지해놓고, 몽롱해졌으며 눈을 껌벅껌벅 댔던게 분명하다. 그래도 그는 엔딩 적 약 5분 정도는 제대로 보았다는 데 위안하기로 했다. 극장낮잠이 습관들은 것일까, 세로자막에 약한 것일까, 아예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 하지만 씁쓸해할 여유는 없었다. 바로 홍대로 넘어가서 또 예매해둔 6시 영화를 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20분만에 광화문에서 홍대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서 영화를 본 다는 게 가능한걸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6시 영화는 한국 다큐멘터리였고 개봉할 작품처럼 보이지가 않았고, 또 앞부분 조금을 놓치더라도 따라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론적으로 아주 무사히 세이프했다. 심지어 그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도 들렀다. 다큐멘터리의 첫 시작이 멋없고 무심하게 시작되었던 것은 좋은 징조였다. 자신이 뭔가 더 중요한 것을 보여줄게, 라는 자신있는 태도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점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었다. 제일 의아했던 것은 사운드였다. 일터에서 노동하는 다양한 인물들에 관한 다큐이건만 현장음이 거의 죽어있고, 인물이 움직이는 사물 따위에 폴리 사운드를 끼워넣어져 있었다. 사운드로 공간을 확장하는 설정 자체가 없었다. 그리고 주제에 맞춤한 미디어 소스와 일관된 나래이션들. 나래이션은 인터뷰 했던 내용을 토대로 글을 정렬해서 등장인물이 읽은 듯 들렸다. 다큐의 구성과 달리 왜 사운드가 심하게 정렬되어 있는 거지? 이토록 납작하게. 그리고 멋없이 시작했던 화면은 점점 보기 재미있는 화면, 미적인 화면,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피사체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 이강현 감독이 계속 연상되었는데, 촬영에 있어서 상대방을 알고싶어 하는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극 중 등장인물들도 지나치게 단정되어 있었던 것이, 그들은 쉬는 날 집안에서조차 메이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수면으로 떠오르기에 이르는데, AI 시대에 노동의 가치 라고 요약해야 하나? 그는 GV를 보지 않고 극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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