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에서서

그가 얼마 전에 겪었던 일화가 있는데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기로 한다. 근느 그날도 늦은 저녁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름밤엔 음악이야. 라며, 성기완의 앨범을 들으면서 돌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성북천을 자전거로 달려가고 있었다. 성북천은 한쪽은 보행자 전용이고 한쪽은 자전거 전용인데 그날도 자전거 전용인 도로를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잠깐 잠깐 길을 건너가나 그런 사람들은 그러려니 싶지만 아예 작정한 러닝크루 따위가 자전거도로로 뛰고 있으면 그것 참 꼴보기 싫다, 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으니깐… 그럭저럭 다닐만 하군, 하며 돌아가던 길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가 그를 멈춰세웠다. 그 할아버지는 다급한 기색으로 오면서 초등학생 5학년 정되 되는 남자아이를 보았느냐고 대뜸 물었다. 그리고 약간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인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왔던 성북천을 오면서 기억나는 행인이 있었나 돌이켜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성북천을 자전거로 내달리면서 오로지 아, 성기완의 음악-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다, 가을에 들어도 매력적이지만 여름밤에 듣는 매력 또한 있구나. 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게에 본 게 없다, 라며 고개를 젓고 다시 자전거로 길을 갔다. 이어폰을 끼고 자전거로 내달리면 풍경을 참 못보게 되는구나, 앞으로 이어폰을 조금 덜 끼어야 하나? 초등학교 5학년 쯤 되는 남자아이라면 키와 몸짓이 어느 정도 되는 거지? 도무지 감이 안오는데, 아 조카… 조카는 다른 또래보다 키가 꽤 커서 이제 거의 170에 육박하는 중학생인데… 그것보다 조금 작은건가? 그런데 저 할아버지는 그 아이의 할아버지인데 아이를 봐주는 건가? 이런 잡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 가는데 한 1키로 쯤 더 갔을까. 눈에 띠는 아이가 있었다. 보자마자, 쟤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키와 몸짓이 딱 초등학교 5학년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정도의 크기였고 무엇보다도 다른 행인들처럼 앞만 보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어디로 갈지 몰라 하는 듯 혹은 길을 잃은 듯 이리저리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시선을 옮기며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그는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그 아이를 봤다. 뭐라뭐라 혼잣말을 하는 기색까지 발달장애가 있는데… 라고 할아버지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할아버지는 내가 왔던 길 와중에 아이를 본 적 없냐고 물어봤었지만, 이 아이는 한참 앞에 있었구나.. 그가 그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너를 찾고 있다, 저 밑에서- 라고 말을 걸어보았다. 그 아이는 조금 안정을 찾으며, 거기가 어디냐고 되물으면서 할아버지가 있었던 쪽으로 걷기 시작했고 그도 그 아이와 함께 동행했다. 그리고 한 500미터를 가니 그 할아버지가 그 아이를 보며 반겼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감사인사를 표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이 녀석아, 네가 그렇게 뛰어가면 할아버지 숨 차서 못 따라간다고! 라며 꾸짖었다. 잠시, 그는 이들의 삶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추정했다만, 꾸벅 인사를 하며 다시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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