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손가락-수요일엔 빨간장미를] 그 옛날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주고파
흰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 싶네

슬퍼 보이는 오늘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 싶네

한 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 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꺼야

시린 그대 모습 씻어주고 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습관일진대 나는 서먹서먹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옆에 있어도 그야말로 대놓고 노래를 흥얼거려서 주위 사람들의 핀잔까지 들어가면서도 더 억지스러운 흥얼거림을 하는데 그것을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런데 정작 또 사람들이 그래 너 한번 노래한번 해봐라 하고 멍석깔아줘서 노래를 시키는 것은 또 엄청 싫었다. 노래를 잘 못하기도 하고, 가사를 외운 노래가 거의 없기도 하고, 무대 공포증(?) 때문이기도 하고… 등등등. 그야말로 장난꾸러기 너 그래 어디 한 번 판벌려 줄게 맘놓고 저질러봐라 할 때 아무것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누나들은 노래 테이프 인기가요 테이프 대신에 줄기차게 PEACE 라고 하는 피아노 악보를 사왔다. 그것은 인기있는 대중가요를 피아노 음계로 편곡하는 것으로 악보당 500원주고 음악사 등에서 파는 것이었다. 나는 음자리를 볼 줄은 모르고 단순 거기에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사진이 있고 또 내가 못 외우는 가사가 바이브레이션 부분까지 물결로 그려지면서 착실하게 기재되어 있어 정말 할 일 없고 심심할 때마다 그것을 옆에 쌓아두고 한 곡씩, 한 곡씩 부르고 놀고 그랬다. 그 중, 유독 수요일 빨간장미를의 PEACE 만이 다른 악보처럼 누런색이 아니라 빨간색이어서, 단순 그 이유 때문에 그 노래의 유행이 한참이나 지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PEACE를 찾아서 부르고 자연히 흥얼거리고 그랬다.

6학년때던가, 5학년때던가. 이미 한참이나 유행지난 수요일에 빨간장미를을 매번 흥얼거리던 내가 우스워보였나보다. 몇몇 짓궂었던(내게 있어서 이제 그녀들은 짓궂다!) 여자아이들이 내가 무슨 일로 교단을 서게 될 일이 있자 담임 선생님을 추동하여 수요일에 빨간장미를 노래를 시키라고 했다. 아아! 정말 그 순간 앞이 시커멓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 모두가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노래라니. 동요도 아니고 유행도 지난 대중가요라니. 거기다가 가사도 다 못외웠는데! 가사를 모른다고 뻐튕겼더니, 맨날 흥얼거리면서 모를리가 있느냐고 반박. 정말 모른다고 뻐튕기니 그럼 맨날 흥얼거리던 그대로라도 한번 해보라고 당하고..

앞이 시커먼 가운데 나 혼자 가사를 막 지어내서 억지로 쥐어 짜듯 수요일에 빨간장미를을 노래했다. 지금 생각들기로는 그저 앞에 가서 노래한거구만! 일텐데 그때는 꽤나 부끄러웠고, 나를 단체로 타박하던 그 여자아이들이 짖궂게만 보여 억울했던지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 날이 비오는 수요일이었던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는 데 지금 돌이켜 보길 그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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