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한국어 선생님이 한국어 방과 후 수업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종종 제안하고 했다. 정규수업은 진행하고 있었지만 수업시수가 그리 많지 않아 여유가 있는 편이었고 아직 현장사업 진행이 안됐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한국과 한국어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푼 욕심이 있기도 했다. 국어국문을 복수전공했다는 이유보다는 컴퓨터 수업 자체의 특징에 기인하는 이유가 있었다.
컴퓨터 수업이라는 게 특별하게 한국인 혹은 외국인이 진행한다고 해서 현지 선생님에 비해 특별한 바가 없었다. 현지 선생님들이 진행하지 않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면 모를까, 현지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통 부족이 되기 일쑤다. 그리고 컴퓨터 수업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정보습득이어서 일정 이상의 정보 습득이 되면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기도 하고, 해당 정보가 아닌 다른 것을 구태여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한국어를 비롯한 언어수업처럼 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 언어라는 것은 서로 노닥거리기만 해줘도 느는 것이고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학생들과 함께있는 시간을 늘려줄수록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컴퓨터 수업은 그런 것이 없어 수업 외에 학생들의 취미라든지 관심사라든지를 공유할 여지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한국 및 한국어 관련 수업을 하나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엄연히 한국어 학부가 있고 일정 이상의 자격을 갖춘 현지 한국어 선생님도 있기에 내가 한국인이랍시고 마음대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 듯 싶었다. 내 소속은 어디까지나 인포르마티카 학부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고민고민한 결과, 기관 한국어 선생님이 활동지원 물품으로 노래방 기계를 신청한 게 떠올랐다.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기는 좀 그렇지만, 같이 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으면서 간단하게 모르는 한국어데 대해서 알려주는 시간을 갖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국어 노래를 같이 배워요” 라는 공지를 일주일 전 쯤에 냈다.
▲ 한국어학과 사무실 앞에 낸 공지.
한국어 노래를 배우려면 우선 읽을 줄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언어학부 강의동에만 공지를 붙였다. 반응이 좋을 지, 안 좋을 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한번 해보자 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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