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마다 이런 종류의 생각이 든다. 모던하고 거대한 이 공간은 잠시 내 계급을 잊어버릴 수 있는 특유의 몰입을 선사하는, 참 특이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관람자들은 서로를 의식하고 때론 경쟁도 한다. 지금 나는 이 고급예술에 완전하게 동기화되었다고 선언을 하고 싶은 욕망에 관한 경쟁이다. 역설적인 것은 고급예술이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무척 불쌍한 사람들이란 점이다. 구조와 일체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미끌어져 대상이 된 사람들. 그 사람들이 구조와 자기 자신 사이의 틈. 예술가가 틈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 나는 틈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야. 틈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야. 틈은 아름다워. 틈은 예뻐- 이런 식으로. 어떤 식으로든 그 틈을 활용해 스펙타클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과정…
관람자가 그 과정에 완전히 동기화되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혹은 더 나아가 과정이 유의미하지만, 역량의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
그 욕망은 관람자의 특권이자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유의 놀이이기도 하다. 미술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합당한 이유가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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